등록시간: 2013년09월04일 13시03분    이은집   홈페이지: -   조회 : 6671  
 <추석선물 콩트> 즐거운 추석! 돈뜯는 추석!



<추석선물> 즐거운 추석! 돈뜯는 추석!

이은집




“여보! 우리나라 명절 중에 <걸어오는 명절>과 <달려오는 명절>이 뭔지 알아?”

그토록 기나긴 장마와 찜통더위로 괴롭히던 올 여름도 어느새 슬며시 물러가고, 하늘엔 새털구름과 함께 소슬한 바람이 상쾌로운 가을로 접어든 요즘이다. 문득 벽에 걸린 달력을 보니 9/10월 짜리로 바뀌었다. 그래서 내가 마누라에게 이렇게 묻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는 듯 눈길을 흘겨오며 대꾸했다.



“아유! 벨 소릴 다 듣겄네! <걸어오는 명절>은 뭐구 <달려오는 명절>이라니...?”

“하하! 어렸을 때 어른들이 그러던데...! <설은 슬슬 다가오구>, <추석은 추썩추썩 돌아온다구> 말이여!”



“오오! 그래서 <걸어오는 명절은 설>이구, <달려오는 명절은 추석>이란 말이쥬? 얼래! 그러구 보니께 벌써 니얄 모리(내일 모레)가 추석이네 그랴!”

그제야 마누라가 달력을 꼬나보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하지만 우리 부부가 7순을 넘어서고부터는 어느 명절도 심드렁할 뿐이다.



“근디 추석 명절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만 요란스럽지 중국이나 일본은 전혀 안 그렇다네 그랴!”

즉 중국은 추석을 <중치우지에(중추절)>이라고 하는데 달에 제사지내며 달구경을 하고 월병을 먹지만 휴일은 아니며, 일본은 <오본절>이라고 하는데 양력 8월 15일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추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그래유? 우리나라는 추석엔 연휴가 3일이나 되구 그야말로 민족대이동까지 벌어져 온 나라가 들썩이는디...! 하지만 70나이가 되니껜 중국이나 일본 추석처럼 오히려 쓸쓸하다니께유!”

정말 요즘의 추석은 고향을 찾은 지는 수십년이나 됐고, 형제조카가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던 것도 몇 년 전부터 각자 따로 하게 되고 보니 오히려 추석명절이 더욱 쓸쓸한 날이 돼버리고 만 것이다.



“얘! 은집아! 올 추석엔 늬가 추석빔을 해 입을 차례여! 그렁께 일루 와서 품을 재보자!”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에 내 고향 청양에서 추석을 쇠던 때에는 추석날이 돌아오기만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왜냐하면 10남매나 되던 우리집에서는 명절 때에나 새옷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었다.



“근디 넌 워째 그리 키가 안 큰다냐? 작년에 입던 추석빔을 그냥 빨어 입어두 되겠으니 말여!”

그런데 당시 유전 탓인지 키가 안 자란 나에겐 이런 이유로 몇 번이나 추석빔을 못 얻어 입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해서 나는 추석이 다가오면 문지방에 서서 키 크는 금을 그어놓고 애를 태우기도 했던 것이다.



“여보! 그나저나 올해의 추석은 어찌 지내쥬? 새 며느리를 봤응께 옛날처럼 한번 푸짐하게 차려볼까유?”

“오참! 우리집에 새식구가 늘었지! 그럽시다! 송편두 사오지 말구 직접 빚어보구 추석잔치 한번 벌여보자구!”

“하이고! 말 꺼낸 내가 주책이지! 다 늙어서 추석명절 몸살을 앓으라구유?”



이때 마누라는 이런 엉뚱한 하소연을 해왔는데, 나는 다시 내 고향 청양에서 그토록 설레이고 즐겁던 추석명절의 추억에 빠지는 것이었다. 그 시절엔 추석이 다가오면 일찍 익는 노인벼를 베어다가 햅쌀을 장만하여 송편을 빚고, 읍내장에 가서 제수를 사오고 며칠 전부터 집안 안팎의 대청소를 하는가 하면 방문의 창호지도 새로 발랐던 것이다. 이처럼 내가 내 고향 청양에서의 추석명절 추억에 잠겨 있을 때 마누라가 건네왔다.



“근디 당신이 올 추석은 새며느리두 봤으니께 푸짐하게 차리라구 허는디 월매나 내놓을꺼유?”

“뭣이여? 그러구 본께 당신은 추석명절이 나한테 돈뜯어내는 날이구려? 응? 허허!”*



이은집 충남 청양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 1971년 창작집 <머리가 없는 사람>과 문예지 <백인문학>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문인저작권옹호위원장. 한국소설가협회 상임이사 역임.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 일붕문학상. 충청문학상. 청하문학상. 한국문학신문 문학상. 카뮈문학상. 헤세문학상. 타고르문학상. 작품집 <후예><눈물 한 방울><스타 탄생><대한민국 이은집 대총무><학창보고서><통일절><평화대통령 한한국>등 27권. 그외 작사가와 방송작가로도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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